응급실 전공의 유죄에 의료계 반발…“필수의료 붕괴 우려”
응급실에서 뇌경색 환자를 진료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의사회 전경_2026.05.11) / 사진 = 서울시의사회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응급실에서 뇌경색 환자를 진료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계는 응급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형사 판단이라며 필수의료 체계 붕괴를 우려했다.
11일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응급의료를 붕괴시키는 과도한 형사 판단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사법적 압박 속에서 응급의료 현장은 이미 한계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번 판결이 그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8년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복통과 구토, 의식 저하 증세 등을 보인 환자가 이송됐고, 이후 뇌경색이 악화돼 영구적 장애가 남았다.
검찰은 당시 전공의들이 신경학적 검사를 충분히 시행하지 않은 채 CT 검사만 진행하고 환자를 귀가 조치해 상태 악화를 초래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대전지법은 의료진의 과실로 중대한 후유장애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각각 금고 10개월과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는 “응급실은 제한된 시간과 인력,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생명을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공간”이라며 “모든 질환을 완벽하게 진단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음주 상태와 의식 저하, 신경학적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환자의 경우 초기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은 현장 의료진이라면 누구나 아는 현실”이라며 “결과만을 기준으로 형사 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어느 의사가 적극적으로 응급 진료에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의사회는 이번 판결이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 전체를 위축시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젊은 의사들의 응급의학과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형사처벌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중증 응급환자를 담당할 인력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사고특례법과 관련해서도 “현장 의료진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제도 자체의 의미가 없다”며 “이번 사례는 현행 논의가 현실과 괴리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사법부를 향해 “의료행위는 단순한 결과론이 아닌 전문적 판단의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선의의 진료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사 책임 부과는 결국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국회를 향해서는 “형식적인 논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 속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