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공회전 속 대안 모색…원전 협력, 한미 통상 돌파구 되나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미국의 관세 인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방미에 나섰던 통상 당국이 뚜렷한 합의 없이 귀국했다.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의지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으나, 관세 인상 자체를 멈출 해법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낮췄던 관세율이 다시 상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귀국 직후 “대미투자특별법의 신속한 처리 여부가 관건”이라며, 법안 지연을 두고 미국 측에 한국 정부의 이행 의지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방미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역시 미국 상무부 고위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 이행 의지를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정부는 관세 인상 절차를 관보 게재로 공식화했으며, 한국 정부는 인상 시점 조율을 포함한 물밑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관세 압박을 완화할 새로운 협상 카드에 시선이 쏠린다.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이어 원전 협력 ‘마누가(MANUGA)’가 유력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에서 조선업 협력이 돌파구 역할을 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원전 역시 유사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장관은 방미 기간 미국 에너지부와도 접촉하며 에너지·자원 분야 실무 협의 채널을 가동하기로 했고, 원자력 협력 프로젝트의 사전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원전을 핵심 전원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하며 신규 원전 확대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장기간 신규 착공이 중단되며 현지 원전 밸류체인이 약화된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원천기술은 제한적이지만 국내외 원전 건설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 차이를 상호 보완할 경우, 한미 간 상업적 타당성을 갖춘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미 전략적 투자 협력 틀 안에서 원전이 첫 대형 프로젝트로 추진될 가능성을 점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원전 건설 경험을 쌓아온 만큼, 미국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협력 여지를 강조했다.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인 가운데, 원전 협력이 새로운 돌파구로 작동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