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부동산 리스크에 발 묶인 한은…새해 첫 금통위서 기준금리 5회 연속 동결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고환율과 수도권 부동산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금융안정을 우선시하며 완화 카드 사용을 미룬 결정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2024년 하반기 이후 5회 연속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게 됐다.

금통위 판단의 핵심 배경은 외환시장 불안이다.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와 대규모 대미 투자 자금 유출 우려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달러 강세 속에서 수출 기업의 환전 지연과 해외 주식 투자 확대 등 수급 요인이 맞물리며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급락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고환율의 물가 전이 가능성도 부담 요인이다. 수입물가는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는 넉 달째 2%대를 유지 중으로, 환율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안정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부동산 리스크 역시 동결 결정에 힘을 보탰다.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수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4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가 자산시장 과열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계감이 여전한 셈이다.

다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세는 한은의 부담을 일부 덜어주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수출이 거시 지표를 방어하면서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서둘러 낮춰야 할 압박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은 경기 부양보다는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둔 ‘관망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향후 정책 경로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내수 회복을 위해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있는 반면, 고환율이 고착화될 경우 연내 인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된 이후에야 하반기 인하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은은 당분간 환율과 물가, 부동산 등 금융 안정 지표를 면밀히 점검하며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