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수입 추진·쌀은 관망…물가 잡기 나선 정부의 딜레마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정부가 올해 첫 민생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하며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한 신선란 수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산란계 업계의 즉각적인 반발과 함께 쌀 가격 고공행진까지 이어지면서 농축산물 물가 관리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일 신설한 민생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계란값 상승 대응 방안을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 대도약의 출발점은 탄탄한 민생”이라며 “민생 안정이 내수 활력과 경제 회복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 아래 정부는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신선란 수입을 검토·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2024년 1월 이후 약 2년 만의 조치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과 겨울철 생산성 저하로 공급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기 수급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산란계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산란계협회의 안두영 회장은 “농가들이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부가 방역 실패를 전제로 수입을 결정하는 것은 농가 의지를 꺾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장기 수급 전략 없이 수입과 할인행사로 대응하는 방식은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산업 기반을 훼손한다”며 생산 안정 중심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업계는 사료비·인건비 상승과 질병 리스크가 겹친 상황에서 수입 확대가 경영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계란에 그치지 않는다. 쌀 가격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7일 기준 쌀 20㎏(상급) 평균 소매가격은 6만2849원으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6만원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말 6만6000원을 넘겼던 고점에서는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쌀값에 대해서는 정부가 뚜렷한 안정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쌀은 가격 하락 시 농가 소득에 직격탄이 되는 대표 품목으로, 생산자 보호와 소비자 물가 안정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비축미 방출이나 추가 수급 조정은 농가 반발과 정치적 부담을 동반할 수 있어 정책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환율 상승으로 인한 사료·비료·에너지 비용 증가, 폭염·한파·집중호우 등 이상기후의 상시화가 겹치며 원가 압력은 쉽게 낮아지지 않는 구조다. 정부는 그간 할인 지원, 할당관세, 비축 물량 방출 등 전통적 수단을 총동원해 왔지만 체감 물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산지 가격과 소비자가 사이의 괴리도 여전해, 농가는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반면 소비자는 높은 가격을 체감하는 ‘이중고’가 고착화되고 있다.

구 부총리는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분야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 먹거리 가격이 구조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계란 수입 추진과 쌀값 관망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 상황은 정부 물가 정책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