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발언 확산…정책 혼선 속 정치 쟁점화 우려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이전 가능성 발언을 둘러싸고 정책 혼선과 정치적 쟁점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처 간 사전 협의 없이 나온 발언이 대형 국가 산업 프로젝트의 향방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면서 산업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를 언급하며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해당 내용을 반영해 기업들의 입지 선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개인적 견해를 덧붙였다. 이후 발언은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가능성으로 확대 해석됐고, 기후부는 수도권 전력 수요 집중에 따른 구조적 문제를 고민한 차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용인 클러스터 이전 시 전력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새만금이 후보지로 거론되며, 호남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치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반면 용인특례시와 경기도는 이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연일 관련 발언과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산업 정책이 지역 간 대립 구도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관가에서는 장관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 전략과 투자 유치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산단 지정과 부지 계획은 국토교통부 소관인 만큼 최소한의 부처 협의가 선행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 출신 장관이 공개 석상에서 아이디어 수준의 의견을 마치 정책 검토가 진행 중인 사안처럼 언급한 것은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이전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클러스터 이전을 추진하려면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 주도의 공식 문제 제기와 공론화가 필요하며, 전력 수급과 입지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증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이미 투입된 예산, 기업 투자 계약과 인허가, 사회기반시설 비용에 따른 법적·재정적 책임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사실상 사업 이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10년 전부터 추진돼 온 사업으로 전력뿐 아니라 용수 문제까지 종합 검토해 계획이 수립됐다”며 “개인적 의견을 밝힐 수는 있지만 실제 이전 추진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정치적 공방으로 확대되며 세계 최대 반도체 집적단지 건설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김 장관은 앞서 동서울변전소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 증설사업과 관련해서도 발언 해석을 둘러싼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주민과의 대화에서 변환소 입지를 다른 지역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 보도되며 파장이 일었으나, 한국전력은 입지 재검토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대형 에너지·산업 인프라 사업일수록 발언의 무게와 파급력을 고려한 신중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