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틈새로 몰린 경매 수요…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4년 만에 최고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이어진 지난해, 매매시장 대신 경매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적용이 상대적으로 덜한 ‘틈새 시장’에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가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평균 97.3%로,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월별로는 12월 낙찰가율이 102.9%를 기록해 2022년 6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초 90%대 초반에 머물던 낙찰가율은 정부의 실거주 의무 강화 등 매매 규제가 본격화된 이후 급등했다. 실제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10월 120.3% △11월 101.4% △12월 102.9%로 석 달 연속 100%를 웃돌았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권과 한강벨트가 서울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성동구가 110.5%로 가장 높았고, 이어 강남구 104.8%, 광진·송파구 102.9%, 영등포구 101.9%, 동작구 101.6%, 중구 101.4%, 마포구 101.1%, 강동구 100.7% 순이었다. 지난해 최고 낙찰가율을 기록한 단지는 성동구 금호동 두산아파트 전용 60㎡로, 감정가 8억3500만 원 대비 160.2%인 13억3750만 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에는 응찰자만 40명이 몰렸다.

경매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규제 회피 효과가 있다. 경매 물건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2년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고, 경락잔금대출을 받지 않으면 전입신고 기한 제한도 피할 수 있다. 여기에 감정가가 통상 6개월 전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되다 보니 집값 상승기에는 시세 대비 가격 경쟁력도 생긴다. 이 때문에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가 강남권과 한강벨트의 ‘알짜’ 단지를 중심으로 경매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됐던 빌라 경매시장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빌라 경매 낙찰률은 23.8%, 낙찰가율은 80.5%를 기록했다. 특히 종로구 창신동의 한 빌라는 감정가의 176.0%에 낙찰되며 응찰자 58명이 몰렸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 추진 중인 재개발 구역에 위치한 점이 투자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옥션 측은 “대출 규제로 자금 동원력은 줄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현금 부자 수요가 몰리며 경매시장은 강세를 보였다”며 “올해도 경매는 현금 자산가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