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규제’ 이어 ‘전세 9년제’ 추진…시장 불안 확산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전월세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두 차례까지 확대하고 임대 기간을 최대 9년으로 보장하는 개정 법안이 발의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와 장기 거주 보장 제도가 맞물리면 전세 공급이 빠르게 줄고,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의원 10명은 이달 초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현행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현행 ‘2+2’ 최대 4년에서 ‘3+3+3’ 총 9년까지 거주가 가능해진다.

또한 임대인은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 등 추가 정보를 임차인에게 공개해야 하며, 주택 양도 시 새 임대인의 신상 및 재정 정보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아울러 임차보증금이 선순위 담보권과 세금 체납액을 포함해 주택가격의 70%를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10·15 대책’이 발표되며 전세 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성남 분당 등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3중 규제’를 가했다. 해당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전입이 의무화되고, 토허구역 지정으로 실거주 2년도 강제된다.

결과적으로 갭투자 차단과 대출 억제로 집값 안정 효과는 기대되지만, 실거주 중심의 시장 구조가 형성되며 전세 매물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초 3만1814건에서 지난 17일 2만4418건으로 23.3% 감소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공급 감소가 맞물려 전세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며 “갭투자 억제 효과는 있겠지만, 보증부 월세 등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된 ‘임대차 2법’이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을 불러왔던 전례도 있어, 이번 법 개정 논의가 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연구원과 민사법학회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2법 시행 전 1년간 3.86% 상승했지만 시행 후 1년 6개월간 8.13% 급등했다.

또한 계약갱신 시기와 신규 계약 간 보증금 격차가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도 발생해 세입자 간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실거주 의무, 대출 규제, 임대차 연장 강화라는 3중 구조가 거래 위축과 임대 공급 감소로 이어지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정부는 갭투자 억제라는 단기 효과뿐 아니라, 임대차 시장 안정화라는 장기적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