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급증 배경…“현금 동원력 높아 표적”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납치·감금 사건이 급증하면서, 현지 범죄조직이 왜 한국인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지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현금 동원력과 높은 송금률, 그리고 IT 기반 금융 환경의 발달이 ‘범죄 효율이 높은 표적’으로 인식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13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330건에 달했다. 2021년 4건, 2022년 1건에 불과하던 신고가 2023년 17건, 2024년 220건으로 폭증한 것이다.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이 한국인을 노리는 이유는 경제적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자산 규모가 크고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빠르게 마련할 수 있는 점, 그리고 송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높은 타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범죄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이 범행이 쉽고,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이 크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표적”이라며 “자금 조달 능력뿐 아니라 주변인 네트워크를 통한 협박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인터넷뱅킹과 간편송금 시스템이 오히려 범죄 접근성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한국은 비대면 계좌 개설이 쉬우며, 금융 거래 한도도 높은 편이라 범죄조직이 이를 악용한다”며 “납치된 피해자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게 하거나, 협박해 직접 송금하게 만드는 수법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내 조직들은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고수익 알바’나 ‘해외 취업’ 명목으로 피해자들을 현지로 유인한다. 이후 감금·폭행하며 보이스피싱 등 불법 행위에 가담시키는 방식이다. 피해자의 신분증으로 계좌를 개설해 돈세탁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피해가 급증하자 한국 경찰은 캄보디아 현지에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추진하고, 국제공조수사 인력 30명을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이는 필리핀·태국에 이어 세 번째 해외 파견 사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 파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윤호 교수는 “현지 경찰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파견 인력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캄보디아 당국과의 수사 공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정치·치안 구조상 공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부 국제 인권단체는 “캄보디아 당국이 중국계 범죄조직과 결탁해 납치·감금 범죄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계 조직과 유착 관계가 있어 외국 경찰의 개입을 공식 인정하기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협조를 얻기 위해 외교적·정치적 압박 수단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해외 출장 동행’ 등의 유혹에 절대 속지 말고, 낯선 해외 채용 제안에는 반드시 정부기관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