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쓰러진 환경미화원 사망…法 “음주·흡연 등 개인 요인”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환경미화원이 근무 중 쓰러져 숨진 사건에 대해 법원이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인의 사망 원인이 업무보다는 음주와 흡연 등 개인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재판장 김국현)는 환경미화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0년 7월 근무 중 휴게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흘 뒤 뇌내출혈로 숨졌다. 이후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2021년 8월 “업무보다는 개인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며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공단은 “발병 직전 업무환경이 급격히 바뀌지 않았고, 과중한 업무 요인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업무보다는 고혈압 등 개인적 소인이 뇌출혈 발병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단을 근거로 제시했다.
유족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공단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19년 어깨 회전근개 파열로 병가를 쓴 뒤 복귀했으며, 이후에는 비교적 청소 분량이 적은 구간으로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내출혈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 음주, 고령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A씨는 2011년 이후 꾸준히 고혈압 1기 및 간 질환 의심 소견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진료기록 감정의 역시 “A씨의 기저질환이 자연적으로 악화되며 뇌내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소견을 냈다.
법원은 또한 A씨의 음주와 흡연 습관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일주일에 4~7일, 하루 평균 소주 1~8병을 마셨고, 약 35년간 하루 15개비 이상의 흡연을 이어왔다.
재판부는 “고인은 간경변증과 문맥고혈압 진단을 받은 바 있고, 이는 응고장애를 일으켜 뇌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음주력·흡연력 및 기존 질환 등을 종합할 때 업무보다는 개인적 요인으로 인한 자연경과적 사망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고인의 사망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급격한 신체적 부담이나 과중한 스트레스와 같은 요인으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유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산업재해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개인의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 등 ‘개인적 소인’의 비중이 높게 고려된 사례로, 향후 유사한 산재 소송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