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 ‘품귀’ 심화…34주째 상승세에 세입자 불안 가중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서울 전세시장이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품귀 현상에 직면하며 세입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아예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일부 집주인들은 호가를 1억~2억원씩 올려 달라는 요구까지 내놓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세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2월 첫째 주 이후 3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넷째 주 기준 상승률은 0.09%로, 송파구(0.26%), 서초구(0.25%), 강동구(0.16%), 마포구(0.14%) 등 주요 지역에서 상승세가 뚜렷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 부족 속에서 역세권 등 정주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계약이 이뤄지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전세 수급 불균형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KB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8월 전세수급지수는 151.98을 기록하며 지난 2021년 10월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인데, 최근 전세시장 상황은 공급 절대 부족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이 소유권 이전을 조건으로 제한되고, 전세퇴거자금대출도 1억원으로 묶이면서 세입자와 임대인 모두 전세 계약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지난 6월 대비 4.2%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월세 물량은 3.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 ‘입주 절벽’이 본격화되면서 전세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직방 자료에 따르면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0만여 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급감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와 월세화 가속이 겹쳐 전세시장이 불안정하다”며 “내년 수도권 입주 물량도 올해보다 20%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전세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