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계엄선포문 폐기, 한덕수 지시에 따른 것”…책임 전가 논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새롭게 작성된 계엄선포문 폐기 혐의와 관련해 자신이 아닌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2개월 만에 법정에 선 윤 전 대통령은 계엄선포문 사후 폐기 지시 혐의를 부인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26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사건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특검은 △국무위원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비상계엄 이후 허위 공보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다섯 가지 공소사실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모든 절차가 대통령의 권한에 따른 합법적 행위라며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특히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폐기 혐의를 두고 변호인단에 “한덕수가 폐기를 지시했기 때문에 문서로서 성격을 잃었다는 취지냐”고 물었고, 변호인단은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총리 지시만으로 문서의 공문서 성격이 사라진다는 근거가 있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한덕수가 행정 총괄이었기 때문에 효력을 없앨 권한이 있다고 본다”며 구체적 근거와 판례는 추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도 발언권을 얻어 “제가 직접 폐기를 지시한 적은 없다”며 “사후 문서를 국방부가 아닌 부속실장이 작성한 것에 대해 질책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덕수 총리가 폐기 의결을 하면 당연히 이행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당시 강의구 전 부속실장이 계엄선포문을 새로 작성해 한덕수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위원들에게 배부된 원본 계엄선포문에는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누락돼 있었다. 한 전 총리가 “사후 문건 작성은 논란을 불러올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말했고, 윤 전 대통령이 이에 동의했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