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성 갈수록 악화…“대규모 맞춤형 리모델링이 해법”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추진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업계에서는 맞춤형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사비 급등과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일부 단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지는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에서 토지비를 제외한 사업비 중 공사비는 65~75%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상당수 현장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조합은 일반분양 수입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인데, 일반분양 물량이 줄면 조합원 부담금은 그만큼 늘어난다. 문제는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이 좋은 단지들은 이미 정비사업이 진행됐거나 마무리된 상태라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주거지역 공동주택 최고 허용 용적률은 1979년 180% 이하에서 1990년 400% 이하로 높아졌다. 이후 건축된 아파트들은 이미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아 재건축 시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기 어렵고, 일부 단지는 재건축 시 오히려 용적률이 줄어드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이태희 건산연 연구위원은 “일반분양 가능 물량이 줄면 사업성이 악화돼 조합원 동의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이는 사업 추진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시장의 양극화 역시 문제로 꼽힌다. 일부 지역은 분양가 인상으로 공사비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지만, 미분양이 쌓여 있는 지역에서는 할인 분양을 해도 매수자를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재건축보다는 거주자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리모델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커뮤니티 시설 증축, 주차장 확장, 건물과 지하주차장 연결 등 거주민 생활 편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 2단지와 신사업 협약을 맺고, 이주 없는 대규모 리뉴얼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외벽과 단지 입구, 조경과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개선하고, 지하주차장 시스템과 전기차 화재 방지 설비, 스마트 출입제어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신축 수준의 주거 품질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주거 환경 악화로 인한 슬럼화를 예방하고 국민이 양질의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맞춤형 리모델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재건축 규제와 비용 문제를 넘어서 실질적인 주거 개선 효과를 낼 수 있는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