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보다 잉여금 쌓기?"…대기업 공익법인 수입 9조6천억, 지출은 7조원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대기업 산하 공익법인들이 매년 수조 원의 수입을 올리고도 과도한 잉여금을 남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교육 등 공익사업 수행보다 자금 축적에 치중하면서 본연의 설립 목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73개 그룹이 설립한 공익법인 188곳의 지난해 사업수행비용은 총 6조9209억 원으로, 같은 기간 사업수입(9조5954억 원) 대비 72.1% 수준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공익사업 수행 후 2조6745억 원이 남았다는 의미다. 이는 대기업집단이 기부금·후원금·사업 등으로 얻은 수익을 공익 목적으로 집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특히 조사 대상 그룹 중 17곳(23.3%)은 지출보다 수입이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룹별 사업수행지출 비율은 △KCC(1.4%) △LS(4.4%) △KG(13.6%) △동국제강(16.4%) △롯데(22.2%) 순으로 저조했다. 또 SK그룹의 숲과나눔, HD현대의 아산정책연구원 등 33개 공익법인은 전년보다 수입이 늘었지만 사업비용은 오히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익법인은 사업비 지출 기록조차 없었다. SK그룹이 설립한 행복전통마을은 2023년 12억 원, 지난해 14억 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사업수행비용은 2년 연속 0원을 기록했다. 문화재 보수와 지역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한 셈이다. SM그룹 산하 필의료재단도 최근 2년간 사업수행비 지출이 전무했다. 그럼에도 이 재단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라의 보통주 지분 5%(12만6359주)를 보유하고 있어 일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해당 지분은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아들 우기원 SM하이플러스 대표가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관행이 공익법인의 설립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CEO스코어는 “공익법인이 본래 목적에 따라 사업을 수행하기보다 오너 일가의 우호지분 확보나 절세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공익목적의 존립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