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1세 늘면 가계부채비율 4.6%p↑…KDI, 총량목표 방식 지양 권고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국내 가계부채 비율의 상승은 소득 불평등보다는 인구구조 변화, 특히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영향이 압도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5일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기대수명이 1세 증가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평균 4.6%포인트(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2003년부터 2023년까지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 33.8%p 가운데 84.6%에 해당하는 28.6%p가 기대수명 증가에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기대수명이 늘면서 퇴직 후 생애주기가 길어진 것이 중고령층의 자산 축적 동기를 강화했으며, 이로 인해 자금을 공급하는 중고령층과 자산을 취득하려는 청장년층 간의 구조적 자금 이동이 가계부채 증가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청장년층(25~44세)의 인구 비중이 1%p 감소하고 고령층(65세 이상)이 1%p 증가할 경우 가계부채 비율은 약 1.8%p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고령층이 차입보다는 자산 축적에 무게를 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자주 지목되어 온 소득 불평등과 금융 규제 강화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지난 20년간 가계부채 비율을 1.0%p 높이는 데 그쳤고, 금융건전성 규제는 2.3%p 낮추는 효과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위원은 “임의적으로 가계부채의 총량 목표를 설정해 관리하는 방식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가계의 상환 능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예외조항 축소 △보증비율·보증료율 조정 △정책금융 전반의 재점검 등을 향후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보고서는 향후 기대수명 증가세가 둔화되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국내 가계부채 비율은 수년 내 정점에 도달한 후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2070년에는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보다 27.6%p 낮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