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뒤 하지마비…서울고법 “업무상 재해, 산재 인정”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정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의료기관 종사자가 하지마비 증상을 겪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으며, 근로복지공단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해당 판결은 지난달 4일자로 확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6-2부는 작업치료사 김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유지하고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는 2021년 3월, 정부의 우선접종 지침에 따라 경기도 소재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당일 밤부터 고열·구토·사지 위약감을 포함한 이상 증상을 겪었다. 이후 신경계 손상이 확인됐고, 두 달 뒤인 5월 길랭-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감각 이상, 근력 저하, 마비 등을 유발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백신 이상반응 사례로도 보고된 바 있다.

김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백신 접종과 증상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김 씨는 2023년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백신 접종 이후 증상이 단기간 내에 발현됐고, 다른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과도한 입증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 씨가 병원 작업환경상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백신을 접종했음을 고려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경험칙상 김 씨의 질환은 백신 접종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공단의 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판결은 의료기관 종사자의 의무적 백신 접종과 그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을 새롭게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명확한 의학적 증명 없이도 경험적·시간적 인과성을 근거로 산재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사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