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n잡러도 고용보험 가입…실업급여 재정은 '빨간불'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고용보험 가입기준이 30년 만에 ‘근로시간’에서 ‘소득기준’으로 전면 개편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고용보험 적용이 어려웠던 초단기 아르바이트생과 ‘n잡러’, 프리랜서 등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9일,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8월 18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정부 첫 노동입법으로, 대통령 공약인 고용보험 적용 확대 정책의 핵심이다.
개정안은 고용보험 가입기준을 주당 근로시간이 아닌 ‘국세청 신고소득’으로 변경하고, 해당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복수의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일용직, 단기 근로 형태로 일하는 취약 노동자들이 임의가입을 통해 고용보험 제도권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수혜 대상은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들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74만2천 명에 달하는 이들은 그동안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또한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배달기사나 성과급 중심 프리랜서도 가입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재정이다.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은 이미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실업급여 계정 적립금은 약 4조1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 중 3조6천억 원은 실제 적립금, 나머지는 공자기금에서 차입한 자금이다. 고용부는 현재 추세라면 내년 말 실업급여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가 증가하면 고용보험료 수입도 늘 수 있지만,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인 가입자가 다수인 만큼 실업급여 수급자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성희 L-ESG 평가연구원 원장은 “재정에 있어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이 함께 존재하는데, 실업 가능성이 높은 가입자가 대거 유입되면 지출이 급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주의 부담도 쟁점이다. 고용보험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분담하는 구조로, 영세 자영업자가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경우 월 급여의 0.9%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사업주의 보험료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이후 고용부는 관련 부처 협의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진일보로 평가받지만, 실업급여 재정 건전성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