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출 역대 3위 ‘선방’…美 관세 변수에 하반기 먹구름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이 미국의 관세 압박과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3347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3위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일평균 수출은 역대 2위 수준으로, 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분야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중 수출이 모두 감소한 데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하반기 수출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0.003% 감소한 3347억 달러, 수입은 3069억 달러로 1.6% 감소했고, 무역수지는 278억 달러 흑자로 전년 대비 48억 달러 증가했다.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 △반도체(733억 달러, 11.4%) △무선통신(75억 달러, 8.5%) △컴퓨터(59억 달러, 12.6%) △선박(139억 달러, 18.8%) △바이오헬스(82억 달러, 11.0%) 등 5개 품목은 수출이 증가했다. 자동차는 364억 달러로 1.7% 줄었지만, 하이브리드차 수출 호조로 감소 폭은 제한적이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수출이 동시에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미국 수출은 3.7% 감소한 622억 달러, 중국 수출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감소로 4.6% 줄어든 605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전체 수출의 약 40%가 미중에 집중된 만큼, 양국 수출 감소는 향후 실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16.8%), 일반기계(-16.9%) 수출이 크게 감소했고, 중국에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일반기계 등의 수출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양호한 수출 성적에도 미국의 관세 조치가 아직 수출지표에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관세 효과가 본격화되며 수출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상반기는 수출기업들이 관세 인상 충격을 흡수하고 유럽 수출 증가로 균형을 맞췄지만, 하반기에는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수출에 직격탄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하반기엔 미국 관세의 여파가 본격화될 수 있다"며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기업들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도 "상반기에는 관세 시행 전 밀어내기 수출이 있었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도체나 바이오 분야까지 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미국 관세 면제를 위한 대미 협의 지속 △범부처 수출 대책 및 품목별 대응책 추진 △업종별 간담회와 현장 방문 통한 애로 해소 △시장 및 품목 다변화 등을 중심으로 수출지원 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한중일 FTA, 한·멕시코 FTA 추진, 한·베트남 FTA 개정을 통해 대외 통상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하반기 수출 여건은 미국의 관세 정책,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정부는 한미 협상에 총력 대응하고,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무역금융 및 대체시장 발굴 등 종합적인 수출 지원 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