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평등지수, 첫 하락…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 강화 영향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2023년 우리나라의 국가성평등지수가 65.4점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0.8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해당 지수 집계 이래 처음으로 점수가 하락한 사례다. 여성가족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도 국가성평등지수 측정결과’를 발표했다.
국가성평등지수는 성별 격차를 수치화해 성평등 상태를 0에서 100점 사이로 평가하는 지표로, 100점에 가까울수록 완전한 성평등을 의미한다. 이번 하락의 주된 요인은 ‘양성평등의식’ 지수가 6.8점 줄어든 73.2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 강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가족실태조사에서 ‘가사는 여성이’, ‘경제적 부양은 남성이’ 등의 전통적 인식이 여전히 높게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원격 수업과 돌봄기관 휴원 등으로 가사와 돌봄 부담이 커졌고,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를 주로 여성이 이용하다 보니 평등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 역시 3.3점 하락해 이 같은 경향을 뒷받침한다.
돌봄 영역 점수도 전년보다 0.1점 낮은 32.9점으로 집계됐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여성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남성은 7.5% 감소했지만 여성은 1.4% 감소에 그쳤다. 이는 남성의 돌봄 참여가 줄어든 현실을 반영한 수치다.
반면 교육(95.6점), 건강(94.2점), 소득(79.4점), 고용(74.4점)은 비교적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의사결정(32.5점)과 돌봄(32.9점)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의사결정 부문에서는 국회의원, 장관, 고위 공무원 등에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이 영향을 줬고, 특히 장관과 국회의원 성비는 각각 20점과 23점으로 성평등이 크게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본부장은 “의사결정과 돌봄은 정책적 개입이 활발한 영역이기에 앞으로 개선 여지가 크다”며 “정책의 방향은 이 두 영역에 더욱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 영역은 고용률과 경력단절여성 비율 지수 등이 각각 상승하며 3년 연속 개선세를 보였다. 소득 영역 역시 임금격차와 국민연금 수급률 지수 등이 소폭 올랐다.
여가부는 앞으로 육아지원제도 강화, 가족친화기업 확대, 맞돌봄 문화 확산 등을 통해 일·가정 양립 정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에 발표된 지역성평등지수에 따르면 서울, 대전, 세종, 충남, 제주가 상위권(74.05점~71.57점), 부산, 울산, 전남, 경북은 하위권(68.72점~67.74점)으로 나타났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지수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 전반의 성평등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