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올리고 연장합니다"…서울 전셋값 오르자 계약 갱신도 증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새로운 집을 찾기보다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10건 중 4건이 갱신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고, 갱신 계약 중 상당수가 보증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체결됐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분석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총 3만5119건 가운데 1만4238건(41%)이 갱신 계약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갱신 비율 32%(14만3029건 중 2만5362건)보다 9%p 증가한 수치다. 특히 1월에는 37%였던 갱신 비율이 2월과 3월엔 각각 40%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보였다.
세입자들이 기존 계약을 유지하며 갱신을 선택한 주된 이유로는 전셋값 상승과 함께 전세 대출 규제 강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등이 꼽힌다. 여기에 주택공급 부족까지 겹치며 당분간 이 같은 갱신 선택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점은 갱신 계약의 상당수가 전세 보증금을 인상한 '증액 갱신' 형태라는 것이다. 1~3월 갱신 계약 1만4238건 중 1만2327건(87%)이 증액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액 갱신 비율은 63%(4만5365건 중 2만8402건)로, 불과 1년 새 24%p 상승했다.
월별로도 증액 비율은 증가세를 보였다. 1월 85%(4087건 중 3491건), 2월 86%(5438건 중 4701건), 3월에는 88%(4713건 중 4135건)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자치구별로는 △서대문구·동작구(93%) △마포구·양천구(92%) △중구(90%)에서 증액 갱신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 서울 전셋값의 상승세와도 맞물린다.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전셋값은 2523만원으로, 1년 전보다 7% 오른 수치다. 이는 2022년 11월 통계 개편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전·월세 시장에서 계약 갱신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과 대출 규제로 인해 세입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계약보다는 갱신을 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서울의 주택 입주 물량도 내년엔 올해보다 크게 줄어 전셋값과 월세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