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피는데 '냉해 비상'…과수 피해 속출 우려에 농산물 물가 '빨간불'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4월 중순답지 않은 꽃샘추위와 강풍, 눈·우박까지 겹친 이상기후로 과수 냉해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과·배 등 주요 과일이 개화기를 맞은 시점에서 기온이 뚝 떨어지자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로 인해 과일 수급 불안과 물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강원 산지를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권으로 기온이 떨어졌다. 설악산은 아침 최저기온이 -8.3도를 기록했고, 경북 봉화는 -1.8도, 강원 정선은 -1.1도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기온은 배와 복숭아 등 개화 중인 과수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배는 영하 1.7도, 복숭아는 영하 1.1도 이하에서 한 시간 이상 노출되면 저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냉해 예방을 위한 약제 살포와 방상팬 가동 등 긴급 조치를 안내했지만, 개화기가 늦어진 탓에 피해 집계는 지연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은 개화기가 본격 도래하지 않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착과 여부를 지켜보며 피해 조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지난달 말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 23도의 저온이 23시간 지속되며, 꽃봉오리가 얼고 암술이 손상되는 등 실제 피해가 확인된 바 있다. 하동과 진주 지역은 배 재배 면적의 60%에 달하는 피해가 추정되고 있다.
특히 경북 안동, 청송, 의성 등 사과 주산지는 산불에 이어 냉해 가능성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산불로 인해 과수원뿐 아니라 일부 저장창고도 피해를 입었으나, 정부는 아직 피해 규모조차 정확히 집계하지 못한 상황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주택과 농기계가 전소된 곳도 많아 사과 과수원의 피해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는 현재까지 산불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을 약 3795㏊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는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주부터 생육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과수 수급 안정화와 물가 대응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