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사망자 366명 역대 최저…추락사고 급감에도 제조업은 증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월 9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제조업 사업장을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해 지난 감독에서 지적한 안전조치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2026.09.09 / 사진 = 노동부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올해 3분기까지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366명으로 집계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같은 기간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추락사고 사망자가 크게 감소하며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수를 끌어내렸지만, 대형 화재와 폭발사고가 발생한 제조업에서는 오히려 인명피해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20일 '2026년 3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가운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대한 잠정 집계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3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7명보다 91명(19.9%) 감소했다. 사고 발생 건수도 440건에서 342건으로 98건(22.3%) 줄었다.

이는 202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3분기 누적 기준 최소 규모다. 전년 대비 사망자 감소 인원과 감소율 역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이번 통계는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는 사망사고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며,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통계와는 집계 범위에 차이가 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에서 150명이 숨져 전체 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제조업은 132명, 기타업종은 84명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사망자는 지난해 210명에서 60명(28.6%) 감소했다.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현장에서는 72명에서 42명으로 41.7% 줄었으며, 50억원 미만 현장도 138명에서 108명으로 21.7% 감소했다.

기타업종 역시 지난해 128명에서 올해 84명으로 44명(34.4%) 줄었다. 특히 임업 분야 사망자는 9명에서 3명으로 감소해 66.7%의 감소율을 보였다.

사업장 규모별 감소세도 뚜렷했다.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는 223명이 사망해 전년보다 52명(18.9%) 감소했다. 50인 이상 사업장과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도 사망자가 182명에서 143명으로 39명(21.4%) 줄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억원 미만 현장의 사망자는 지난해 137명에서 올해 103명으로 34명(24.8%) 감소했다.

상반기까지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됐던 사망자 감소 흐름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장으로 확대된 점도 특징이다.

노동부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고 유형에 대한 감독 강화와 지방정부, 민간재해예방기관의 협력체계가 산업재해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 9월 HD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현대건설에 대해서도 특별감독에 준하는 수준의 점검을 진행했다.

또한 지붕공사와 달비계 작업, 벌목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작업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축사 지붕 보수와 태양광 설비 설치 현장 등에 대한 맞춤형 예방활동을 강화해 왔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19일 브리핑에서 건설업 종사자 수가 4~5% 감소한 반면 공사 현장 수는 증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망사고 감소에는 단순한 경기 변동 이상의 정책적 효과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업장별 안전관리 노력과 관계기관 간 협력이 현장의 위험 요인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조업에서는 대형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체 감소 흐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제조업 사고사망자는 지난해 119명에서 올해 132명으로 13명(10.9%) 증가했다. 특히 5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사망자가 55명에서 72명으로 30.9% 늘었다.

반면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은 64명에서 60명으로 6.3% 감소했다.

제조업 사망자 증가에는 올해 발생한 대형 화재·폭발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로 14명이 숨졌고, 6월에는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5명이 사망했다. 8월 충남 천안의 동물성유지 제조공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만 제조업 사망자 증가 규모는 상반기 25명에서 3분기 누적 13명으로 축소됐다. 사고 발생 건수도 지난해 115건에서 올해 113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추락사고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용노동부가 20일 발표한 '2026년 3분기 산업재해현황 부가통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 잠정결과. 2026.10.20 / 자료 = 고용노동부 제공

올해 추락사고 사망자는 124명으로 전체의 33.9%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199명과 비교하면 75명(37.7%) 감소해 사고 유형 가운데 가장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이 밖에 사고 유형별 사망자는 △깔림·뒤집힘 41명 △끼임 40명 △부딪힘 39명 △화재·폭발 38명 △물체에 맞음 35명 △질식·중독 10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물체에 맞음 사고는 21명(37.5%), 질식·중독은 6명(37.5%), 부딪힘은 6명(13.3%) 감소했다.

반대로 화재·폭발 사고 사망자는 12명(46.2%) 늘었으며, 깔림·뒤집힘은 11명(36.7%), 끼임은 3명(8.1%) 증가했다.

류 본부장은 추락사고 감소와 관련해 '안전한 일터 지킴이' 1000명을 운영하면서 위험 현장에 대한 감시와 점검을 강화한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태양광 설치와 축사 관련 작업 등에서 지방정부 및 관계부처와 현장 정보를 공유하고 예방활동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규모 공사는 하루나 이틀 만에 작업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아 사전 위험 파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기 작업 현장을 조기에 확인하고 설치가 간편한 안전시설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별 사망자는 경기도가 7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북 39명, 경남 35명, 충남 30명, 서울 28명, 전남 27명, 대전 24명 순이었다.

특히 대전은 지난해 5명에서 올해 24명으로 19명 증가했다. 안전공업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가 지역 통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부는 지역별 사망사고 발생 규모에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추가로 살펴보고, 산업구조와 작업환경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감독 및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사고사망자는 48명으로 전체의 13.1%를 차지했다. 지난해 60명과 비교하면 12명(20.0%) 감소한 수치다.

건설업에서는 외국인 사망자가 10명, 기타업종에서는 8명 줄었지만 제조업에서는 18명에서 24명으로 6명(33.3%) 증가했다.

류 본부장은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활동 참여 비중과 비교할 때 산업재해 사망 비율이 여전히 약 두 배에 달한다며, 위험도가 높은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되는 고용구조와 언어 장벽 등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과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오는 11월에는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지방정부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화재·폭발 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집중 점검한다.

내년에는 중소규모 사업장의 화재·폭발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과 장비 지원에 40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류 본부장은 올해 나타난 사고사망자 감소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산업현장 전반의 구조적인 안전 수준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락사고 감소 성과를 이어가는 동시에 제조업 대형 사고와 외국인 노동자 안전 문제 등 취약 분야에 대한 예방대책을 보완해 산업재해 사망자 감소 흐름을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