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1번지 9기 동인 출범…김염지·나수민·박서현·윤예은·전서아 합류
9기동인 단체 사진 (왼쪽부터) 윤예은, 김염지, 나수민, 전서아, 박서현 2026.09.08 / 사진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대학로 소극장과 동인제의 역사를 이어온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가 새로운 창작자들과 함께 또 다른 연극 실험에 나선다.
혜화동1번지는 김염지(옆집우주), 나수민(비빌언덕), 박서현(야간극장), 윤예은(걸작들), 전서아(프로젝트 하자) 등 5명으로 구성된 9기 동인을 발표했다.
1993년 1기 동인 결성을 시작으로 1994년 극장을 개관한 혜화동1번지는 창작자들이 기수별 동인으로 극장을 함께 운영하며 작품을 선보여온 대학로의 대표적인 소극장 겸 동인제다. 정해진 형식이나 제작 방식에 머물지 않고 연극과 극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이번 9기 역시 서로 다른 지역과 창작 배경, 작업 방식을 지닌 창작자들로 꾸려졌다. 각자의 작품 세계를 이어가는 동시에 서로의 작업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공연 언어와 창작 방식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염지 / 사진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김염지는 부산을 기반으로 연출과 극작, 출연을 넘나들며 활동해왔다. 스스로를 ‘부산의 한 줌 퀴어페미니스트 연극인’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동인 제안을 받은 뒤 “아무도 짐을 지워준 사람은 없지만 괜히 어깨가 무거웠다”면서도 “연극을 좀 더 해보라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더 가까이서 보면 다시 희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비슷한 지점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했다.
나수민 / 사진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기획자 나수경과 극작가 나수민이 함께하는 비빌언덕은 극장 안에서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게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낯선 순간에 주목한다. 나수민은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잠을 설치다가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동인들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기존의 창작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서로의 감각과 방식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박서현 / 사진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박서현이 활동하는 야간극장은 ‘무엇이 연극이 될 수 있는가’를 탐구해온 팀이다. 박서현이 처음 접한 연극 역시 혜화동1번지 동인의 작품이었다. 그는 당시 경험을 “아직도 생생하고 행복한 기억”이라고 회상하며 “연극이라는 이름 아래 그런 순간이 가능할 만큼 넓은 시공간을 펼쳐보고 싶다”고 밝혔다.
동인 활동을 통해 구상하고 있는 작품의 제목은 ‘점프컷!’이다. 장면을 비약적으로 연결하는 영화 편집 기법 ‘점프 컷’에서 가져온 제목으로,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는 정하지 않았다.
윤예은 / 사진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윤예은이 속한 걸작들은 거리와 공공공간의 장소성을 공연으로 전환하고 언어와 아크로바틱, 핸드 투 핸드 서커스를 결합해 극장 안팎을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여왔다.
윤예은은 동인 제안을 받았을 당시 “‘재미있을 것 같다’와 ‘할 수 있을까’라는 두 마음이 충돌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실적인 제약으로 시도하지 못했던 작업에 도전하는 한편, 다른 동인의 공연 사이에 예고 없이 등장하는 짧은 막간극도 구상하고 있다.
전서아 / 사진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전서아의 프로젝트 하자는 소수자의 개별적인 경험과 사적 감각, 쉽게 해소되지 않는 질문을 관객과 공유하는 공적 경험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커튼’, ‘240 245’, ‘오르막길의 평화맨션’, ‘미스터리소녀클럽’, ‘청송’ 등을 선보였다.
혜화동1번지를 꾸준히 찾아온 관객이기도 한 전서아는 “늘 바라보기만 했는데 나에게도 제안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와 자기 증명의 압박에서 벗어나 창작자로서 자신의 중심을 되찾고, 시간과 공간, 사람이 함께 만나는 공연의 본질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9기 동인들은 앞으로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창작 과정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극과 극장을 둘러싼 경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과 극장, 거리와 공공공간, 언어와 신체 등 서로 다른 기반에서 출발한 이들이 혜화동1번지라는 공간에서 어떤 새로운 공연 문법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한편 2023년부터 활동해온 혜화동1번지 8기 동인은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열리는 ‘지역대축제’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