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역사 지우는 탁상행정"…무학여고 총동창회, 남녀공학 전환 전면 철회 촉구
"동문의견 배제된 남녀공학 전환 즉각 중단!", "여성교육의 산실! 무학여고는 영원하라!" 등의 피켓을 든 무학여고 총동창회 동문들이 폴리스라인 뒤에 줄지어 서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배경 건물은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이다.2026.07.29, snakorea.rc@gmail.com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민희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무학여자고등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여부를 가를 중대 기로를 하루 앞둔 29일, 무학여고 총동창회가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총력 대응에 나섰다.
학생 수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의 책임을 단일 학교에 전가하며 86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성동구 유일의 공립 여자고등학교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려 한다는 것이 이들 총동창회의 공식 입장이다.
무학여고 총동창회는 29일 남녀공학 전환 반대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총동창회는 1940년 개교 이후 현재까지 성동구 여성 교육의 산실 역할을 수행해 온 무학여고가 일방적인 교육 행정으로 존폐 위기에 처했다고 규탄했다. 공립 여고 가운데 무학여고만을 단일 타깃으로 삼아 남녀공학 전환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형평성에 심각하게 어긋나며, 사실관계를 철저히 왜곡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비장한 표정으로 메가폰을 들고 "동문의견 배제된 남녀공학 반대" 피켓을 든 무학여고 총동창회 동문들이 우비를 입은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 2026.07.29, snakorea.rc@gmail.com , *재판매 및 DB 금지
총동창회가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대목은 학생 수 감소의 근본 원인이다. 교육 당국이 상대평가 체제에서 학생 수를 늘려 상위 등급 확보가 유리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으나, 이는 교육 행정의 실패를 학교에 떠넘기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실제 무학여고 주변의 교육 환경 변화가 학생 배정 부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제시됐다. 무학여고 반경 2㎞ 이내에는 지난 2009년 개교한 성수고를 비롯해 2017년 잇따라 문을 연 금호고와 도선고가 밀집해 있다. 현재 이들 세 학교의 재학생 규모는 성수고 463명, 금호고 368명, 도선고 380명 수준으로 확인됐다. 성동구 관내 고등학교들의 학생 배정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이제 와서 무학여고 하나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해 학생을 늘리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총동창회의 분석이다.
이들은 300여 명의 학생을 추가로 확보해 무학고등학교로 개편하겠다는 교육청의 계획에 대해, 그 정도의 학생을 새롭게 배정할 여력이 있다면 현재의 무학여고 체제에서도 충분히 수용이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공립학교의 학생 수는 전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의 배정 정책에 의해 결정되는 사안임을 명확히 했다. 과거 성수대교를 건너 강남 지역의 여학생들까지 무학여고로 배정받았던 역사적 사례를 언급하며, 학생 배정 정책의 실패를 특정 학교의 존폐 문제로 직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29일 무학여자고등학교 총동창회가 발표한 공식 성명서인 '남녀공학 반대 호소문'. 성명서에는 "전현희는 들으라! 이임순은 들으라! 정근식은 들으라!"라는 강경한 인용구와 함께 "86년 전통의 학교를 없애려 하는 우매한 처사를 거두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2026.07.29, snakorea.rc@gmail.com , *재판매 및 DB 금지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상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총동창회는 남녀공학 전환이라는 중대한 정책이 학교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동문과 재학생, 학부모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공론화 과정을 철저히 배제한 채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동문의 목소리가 묵살된 전형적인 밀실 행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총동창회는 이번 사태를 주도한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성동구 지역구 국회의원인 전현희 의원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이임순 무학여고 교장이 학교 구성원들과의 정상적인 협의 절차를 무시한 채 남녀공학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임기 4년의 정치인과 교육 행정 책임자들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86년을 이어온 학교의 정체성이 하루아침에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사태를 뒤늦게 파악한 동문들이 삼복더위 속에서도 무학여고 교문 앞과 전현희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서울시교육청 앞 등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릴레이 반대 집회를 강행하는 이유도 이 같은 일방적 탁상행정에 대한 분노에서 기인했다.
"전현희는 들으라!", "학교장은 퇴진하라!", "무학여고는 실험대상이 아니다" 등 격렬한 내용의 피켓을 든 무학여고 총동창회 동문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2026.07.29, snakorea.rc@gmail.com , *재판매 및 DB 금지
예산 낭비 논란도 제기됐다.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경우 남학생 수용을 위한 화장실 등 시설 개선과 공간 재배치, 증축 작업이 불가피하며, 여기에 막대한 규모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총동창회는 무리한 행정 편의주의 정책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교육의 본질은 단순히 학교 간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 공동체를 지키며 학생들이 온전히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보존하는 데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무학여고 총동창회는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남녀공학 전환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동문과 재학생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학교의 정체성을 보존할 대안을 마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무학여고의 남녀공학 전환 여부를 가늠할 사실상의 최종 분수령은 30일 열리는 서울시교육청 사안 의제 논의다.
총동창회는 교육청의 안건 처리 결과에 따라 반대 집회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무학여고 존치를 위한 강력한 행동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