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 한은, 반도체發 교역조건 개선에 “내수 파급효과 과거 압도할 것”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나스닥 오프닝 벨 행사에 참여해 ADR 거래 개시를 기념했다. 사진=하이닉스 제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신현성 기자 =최근 반도체 경기 호황에 힘입어 큰 폭으로 개선된 교역조건이 향후 국내 소비와 투자를 이끌어내는 내수 파급 효과 측면에서 과거의 경제 회복기들을 크게 뛰어넘을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심층 분석이 나왔다. 수출 단가 자체가 폭등하며 벌어들이는 절대 소득의 덩치가 유례없이 커진 만큼, 향후 내수 회복을 지지하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의 교역조건 개선 흐름은 과거 세 차례의 개선기와 비교했을 때 세 가지 구조적 측면에서 확연한 차별점을 나타내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개선을 이끈 주도 동력에 있다. 한은은 과거 교역조건 개선기가 주로 국제유가를 필두로 한 수입물가 하락에 기댄 것이었다면, 이번 국면은 이례적으로 '수출물가 상승'이 전체 장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출물가 호조의 뿌리는 인공지능(AI) 확산세에 힘입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의 폭발적인 성장에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반도체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2.5% 급등했으며, 이에 따라 전체 수출물가 상승분의 73.4%를 오롯이 IT 부문이 독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이번 충격은 규모가 크고 구조적 수요에 기인해 지속성이 높은 만큼, 과거 개선기보다 내수 파급 효과가 한층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
파급 효과의 속도와 경로 역시 과거와 판이하다. 수입물가 하락형이었던 과거에는 민간 소비 확대 효과가 미미하고 투자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서야 완만하게 증가했던 반면, 수출물가 상승이 주도하는 현재 국면에서는 민간 소비가 유의미하게 늘어나는 동시에 대규모 설비투자가 즉각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우선 가계 소득 부문에서는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높은 임금 상승세가 소득 기반을 단단히 확충하고 있으며, 반도체 호황에 따른 주가 상승(자산 효과) 역시 민간 소비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측면에서도 글로벌 수요 폭발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수직 상승하면서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빠르게 동반되고 있다. 재정 측면 역시 IT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법인세·근로소득세·증권거래세 등의 전방위적 세수 증대로 이어져 정부의 재정운용 여건을 대폭 개선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 전경 / 사진 = 한국은행 제공
다만 한은은 경제 전반으로의 온전한 파급을 가로막는 리스크 요인들도 명확히 적시했다.
소비 측면에서는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상대적으로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되어 있어 전체 소비로 퍼지는 파급력을 일부 제약할 수 있다. 투자 역시 핵심 반도체 제조 장비의 높은 해외 수입 의존도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확대 성향이 국내 내수 진전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걸림돌로 지목됐다. 재정 부문 또한 반도체 업황의 고유한 변동성에 따라 국가 세수의 변동성이 동달아 커질 수 있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반도체 산업의 압도적인 성과가 국내 제조업 생태계 전반으로 막힘없이 확산될 수 있도록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유기적인 산업 고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높은 IT 의존도에 따른 경기·금융 변동성 리스크를 경계해야 하며, 특히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이 생산적인 연구개발(R&D) 대신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흘러들어 가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