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 빈 배
앞에 오는 모든 인연을
나는 오늘, 빈 배로 맞이한다
누가 나를 치는가 묻지 않고
무엇이 나를 흔드는가 따지지 않는다
강 위에 떠 있는 것은 배일 뿐
원한도 의도도 이름도 없다
부딪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붙잡던 마음이 먼저 풀어졌을 뿐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만 한 줌 가벼워졌다
빈 배 하나 띄워 보내니
강물도 바람도 나도 함께 고요해 진다.
시평(詩評)
시인 스님께서 마음을 비우라신다. 어떤 인연도 비움에 맞추면 그윽하고 깊음이 더하리라.
대일스님은 십여 년 전 환경문학 출판기념회에서 만났다. 우리나라 태권도 정신이 깊게 배인 건강한 중견스님이었다. 태권도로 국가대표까지 섭렵한 그 분이 시를 쓴다는 것은 무척 신비로웠다. 정적이기도 하며 고요한 감성의 강물을 거니는 자비와 겸허의 표양처럼 느껴졌다.
외국에서 수양을 하고 오셔서 그런지 스님의 모습에선 어떤 거짓도 어떤 탐욕도 보이지 않았으며 수행마저도 가뿐히 넘어선 깨끗함이 잠재해 있었다.
얼마 후 수원 남문의 한 갤러리에서 수묵화 전시를 하실 때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가 돋보여 문인들과 함께 관람한 적이 있었다. 이후 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 또 다시 인연이 닿았다. 잊지 않고 소식 전해 주신 대일 스님의 시 한 편을 전해 받으며 행복했다. 마음 수련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몸을 단련하고 정신을 맑게 하여 시 한 수 일필휘지 하는 스님의 세계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세상이다. 일반인이 하지 못하는 수행 속에서 스님은 세상의 이치를 불자의 마음으로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단련하고 단련하면 더욱 깊어지리라. 스님의 눈빛에서 우리는 시의 마음을 읽는다. 그리고 불교의 근본정신인 인간의 고통과 번뇌를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여 깨달음과 해탈에 이르는 길을 걷고 있는 대일스님의 생활정신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스님의 시 세계가 더욱 우리에게 다가오기를 기대하며 다시 한 번 더 시 ‘빈 배’를 나즉히 음미해 본다.
<정명희 시인 / 수필가>
대일 스님·시인
약력
속명: 박철
법명: 대일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4년 졸업
U.K.S.S. 영국 황실 요트학교 졸업
작품: 울산 북구 문화예술회관
개인전외 다수
현) 일붕문중 정법위원회 사무총장
현) 사)국제불무도연맹 총재
현) 화성시 룸비니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