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분기 데이터센터·AI 수요 급증…中 AI 공급사슬 '핵심 국가'로 부상
【서울 = 신화/서울뉴스통신】 권나영 기자 = 올해 1분기 중국의 수출 호조는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확산 속에서 중국이 디지털 인프라 공급사슬의 핵심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1분기 중국의 전체 수출이 11.9% 증가한 가운데 전기·기계 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21.4% 급증하며 뚜렷한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발전 설비, 전력망 장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데이터센터 관련 제품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27일 하이난성(海南) 하이커우(海口) 해관 데이터 센터. (사진=신화통신 제공)
스탠다드차타드(SC)가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세계 AI 관련 제품 수출에서 약 19%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세계 1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1분기에도 AI 관련 제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글로벌 AI 공급사슬 내 중국의 영향력은 풀가동되고 있는 중국 전역의 공장에서 고스란히 확인된다.
산둥(山東)성의 대표 엔진 기업인 웨이차이(濰柴)동력회사는 급팽창하는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해 생산 기지에서 대형 디젤 발전기 세트 생산을 늘리고 있다. 웨이차이동력의 주력 제품인 5㎿(메가와트) 고속 디젤 발전기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산업용 백업 전원, 비상 전력망 지원용으로 설계됐으며 전력 밀도 분야에서 글로벌 기준을 새롭게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웨이차이동력은 기존의 주력 시장인 아세안(ASEAN)과 중동을 넘어 올해 유럽연합(EU), 한국 시장까지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의 한 ‘무인 공장’에서는 지능형 생산 라인이 밤낮없이 가동되며 핵심 엔진 부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모든 공정이 자동화된 이 공장에선 로봇 팔이 크랭크샤프트를 정밀하게 가공하고 연마·검사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북미 데이터센터의 발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대형 엔진 핵심 부품 분야에 막대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쉬청페이(徐承飛) 톈룬(天潤)공업기술회사 대표는 커민스(Cummins)와 캐터필러(Caterpillar) 등 글로벌 대기업의 주문이 이미 2028년까지 확보돼 있다며 이는 급성장하는 백업 전원 분야에서 회사의 핵심 공급업체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둥(廣東)성 포산(佛山)시에 본사를 둔 이글라이즈(Eaglerise) 생산 라인에서는 신에너지 변압기와 데이터센터 전용 유닛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제품들은 해외 선적을 앞두고 마지막 품질 검사 단계에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글라이즈는 최근 태국과 멕시코에도 생산 기지를 구축하며 현지 공급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차이이칭(蔡義清) 중국전력기업연합회 전력장비분회 사무총장은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변압기 제조국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세계 생산 능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5일 충칭(重慶)시에서 열린 ‘2025 세계스마트산업박람회’에서 한 직원이 대형 변압기 스마트 검사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실제 컴퓨팅 파워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수만 개의 AI 가속기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훈련할 때 단 몇 밀리초(ms)의 전력 차단만으로도 치명적인 데이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내구성 변압기와 ESS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SC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핵심 원자재 지배력, 대규모 이점, 비용 경쟁력, 체계적으로 갖춰진 제조 생태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AI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의 빠른 성장이 AI 지원 인프라를 넘어 AI 컴퓨팅을 직접 구동하는 부품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모리와 프로세서 부품의 합산 수출이 39.1% 급증했다.
중국의 고속 광모듈 제조업체 중지쉬촹(中際旭創)의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중지쉬촹은 컴퓨팅 파워 인프라의 강력한 확장에 힘입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8% 이상 급증했다. 올 1분기 실적은 약 265%로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중국의 AI 칩용 광트랜시버 수출이 60% 가까이 확대됐다는 해관총서 통계와도 궤를 같이 한다.
류이밍(劉一鳴) 산둥대 경제학 부교수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중국은 레거시 반도체와 메모리, AI 지원 부품의 생산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며 “이러한 확장은 글로벌 공급 공백을 메우는 것은 물론,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