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교사 94% "평가계획서 너무 비대"… "공교육 평가, 행정과 민원에 매몰"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중·고등학교 교사 10명 중 9명은 교수학습 및 평가계획서의 분량과 구성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사의 75%는 평가 관련 민원이 발생할 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해, 공교육 평가 체제가 교육적 성취보다 행정적 형식과 민원 대응에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이 전국 중등교사 2,2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등 평가 정책에 대한 교사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수학습·평가계획서의 분량과 구성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응답이 68%(1,518명)에 달했다. '다소 과도하다'는 답변인 26%(587명)까지 합치면 전체의 94%에 육박하는 수치다.

반면 분량과 구성이 '적당하다'는 응답은 5%(124명), '추가해야 한다'는 반응은 1%(26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평가 구성이 과도해 발생하는 문제로는 '실제 수업과 평가 운영의 괴리'가 46%(1,891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수업과 생활지도 등 본질 업무에 오히려 지장을 준다'는 응답이 26%(1,073명), '교사의 수업 설계와 평가 자율성이 위축된다'는 반응이 23%(944명)를 차지했다.

중등교사노조는 "이는 평가계획서가 수업과 평가 설계를 위한 실질적인 문서가 아니라, 행정 점검을 위한 문서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평가 관련 민원이 발생했을 때 교육 당국의 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교사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 결과 교사의 75%(1,705명)가 평가 관련 민원 및 분쟁 발생 시 '교육 당국의 지원 체계가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고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된다'고 응답했다. '지침은 있으나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이 미흡하다'는 답변은 24%(536명)였으며, '충분히 보호받고 있고 지원 체계가 잘 작동한다'는 응답은 단 1%(19명)에 그쳤다.

또한 교육부가 제시한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학교 현장에서 실행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교사의 73%(1,637명)는 해당 지침이 현장에서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으며, '일부 어려움은 있으나 실행 가능하다'는 의견은 26%(578명)였다.

교육부가 '과도한 준비가 필요한 암기식 수행평가'를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학력 저하와 평가권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컸다.

복수 응답 결과, 교사 36%(1,554명)는 '학력 저하'를, 34%(1,474명)는 '평가권 위축'을 예상했다. 또한 28%(1,225명)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기초 지식과 사고력의 관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중등교사노조는 "암기식 수행평가 금지, 서·논술형 평가 확대, AI 활용 평가 도입 등 이른바 미래교육 정책은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저하 우려, 사교육 의존도 증가, 평가 공정성 문제, 교사 책임 증가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사들은 미래교육의 방향성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설계가 오히려 공교육을 약화시키고 교육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평가의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왜 그 방향이 학교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교육 평가가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