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중교류] 춘롄 붙이고 떡국 끓이고…중·한 국제 부부의 특별한 춘절 이야기
【서울 = 신화/서울뉴스통신】 권나영 기자 = 올 춘절(春節·음력설)은 김형호 씨에게 남다른 명절로 기억된다. 아내가 딸을 데리고 푸젠(福建)성 샤푸(霞浦) 친정에 가고 본인은 칭다오(青島)에 남아 각각 두 도시에서 명절을 보낸 까닭이다.
“아내랑 아이가 친정에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내니 마음이 놓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올해 녠예판(年夜飯·섣달그믐날 함께 모여 먹는 가족 식사)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지난 1992년 8월 한국 청년 김형호 씨는 톈진(天津)에 도착해 중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산둥(山東)성 칭다오시동부시립병원 국제클리닉 중의특임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샤푸 출신 아내와 결혼해 칭다오에 정착한 그는 현재 9살 딸을 키우고 있다. 국제결혼으로 맺어진 이 가정은 매년 춘절이면 중·한 전통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한국에는 춘롄(春聯·음력설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글귀)을 붙이는 풍습이 없지만 지금 칭다오에서 춘절을 지내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춘롄을 붙이는 것입니다.”
그는 중국 전통문화에서 새해의 기쁨과 길함을 상징하는 춘롄은 물론이고, 딸과 함께 창문에 붉은색 촹화(窗花, 창문에 붙이는 종이공예)도 붙인다고 소개했다.
음식은 문화의 어우러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항목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정월 초하루에 떡국을 먹는다. 2014년 1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형호 씨 부부는 결혼 후 첫 춘절을 한국에서 맞았다. 그는 그때 떡국을 처음 먹어본 아내가 매우 좋아했다면서 이후로 가족이 함께 하는 춘절이면 그가 직접 떡국을 끓이곤 한다고 말했다. 푸젠에 가서 춘절을 보낼 때면 김치, 떡국떡을 따로 챙겨 장인과 장모, 아내와 딸을 위해 떡국을 끓인다고 덧붙였다.
“처가댁 식구들이 제가 만든 떡국을 꽤 좋아합니다. 푸젠 사람들도 국물 요리를 좋아하긴 하는데 다만 한국처럼 큰 대접에 먹기보다는 작은 그릇에 담아 간식처럼 먹는 것을 더 선호하죠.” 김형호 씨의 말이다.
중국의 풍성한 녠예판은 한국인 사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샤푸에서는 섣달그믐 밤 식탁에 다양한 음식이 가득 차려지는데 특히 굴, 게 등 해산물이 빠지지 않는다”며 “다채로운 녠예판은 중국 특유의 명절 분위기를 선사하며 가족의 단란함과 흥겨움을 담아낸다”고 전했다.
녠예판 외에 샤푸의 활기찬 밤 풍경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형호 씨는 샤푸 주민들이 춘절 전날 밤거리로 나와 새해의 즐거움을 만끽한다면서 “거리가 인파로 가득 차 새벽 2시 즈음까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국의 설 풍습은 중국 유교 예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금도 많은 전통 요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중국에 온 뒤 특히 샤푸의 가정을 통해 중국 춘절의 깊고 활기찬 전통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30여 년을 살아온 김형호 씨는 정월 초하루 아침에 먹는 떡국 한 그릇과 매년 새로 붙이는 춘롄 같은 소소한 일상들을 통해 한·중 문화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녹아드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다문화 가정에게 명절은 함께 추억을 쌓는 특별한 순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