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예고에도 서울 집값 고공행진…규제 속 ‘상급지 쏠림’ 심화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추가 공급 확대까지 예고했지만, 서울 집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매물 감소와 거래 위축 속에서도 강남과 용산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출범 이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한 ‘9·7 대책’,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은 ‘10·15 대책’까지 세 차례 굵직한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은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세는 3.3㎡당 4785만원으로, 지난해 12월(4290만원) 대비 11.5% 상승했다. 강남3구의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14.5% 상승했고, 서초구와 송파구도 각각 13.6%, 16.4% 올랐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된 이후에도 신고가 거래 비율은 오히려 늘었다.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강남3구와 용산구의 신고가 비율은 지정 전 42.5%에서 지정 후 51.5%로 9.0%포인트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용산구의 신고가 비율 증가폭이 10.8%포인트로 가장 컸고, 송파구(10.1%), 강남구(8.8%), 서초구(8.3%)가 뒤를 이었다. 한강벨트로 분류되는 성동·영등포·광진·마포 등도 신고가 비율이 늘었지만,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거래액 기준 신고가 상위 10위권에는 강남구와 용산구 단지가 이름을 올렸다. 강남구 청담동 ‘PH129’는 전용 274㎡가 190억원에 거래됐고, 용산구 나인원한남 역시 전용 244㎡가 연속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 강화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막히면서, 실거주를 전제로 입지와 희소성이 높은 단지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거 잦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상승했던 경험이 누적되며 ‘보유하면 오른다’는 학습효과도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 시기 5년간 28차례 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25% 급등했던 기억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남·용산 등 상급지는 향후 세금 부담보다 집값 상승 기대가 더 크다”며 “서울의 신규 공급 부족 우려와 함께 대출 의존도가 낮은 자산가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