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한 피고인 소재 확인 없이 판결…대법 “절차 위반, 원심 파기”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재판 중 도주한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소재 파악 노력 없이 공시송달만으로 절차를 진행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소재 확인을 위한 조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를 절차의 정당성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1부는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중계소 운영자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해외 조직원이 국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 때 ‘010’ 번호가 표시되도록 하는 중계소를 운영하며 총 4명에게 약 2억여 원 상당의 금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2심 과정에서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끝났음에도 수감시설로 돌아오지 않고 도주했다.
2심 재판부는 경찰이 “기존 주소지에서 소재 확인 불가”라고 회신한 뒤 공시송달을 결정해 재판을 진행하고, 출석 없이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사건 기록에는 기존 주소 외에도 추가 주거지 주소, 피고인과 가족의 전화번호 등이 기재돼 있었음에도 재판부가 이에 대한 연락 시도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법원은 이러한 절차 진행이 명백히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시송달로 나아가기 전 기록상 나타나는 주거지로 송달을 시도하거나, 피고인 및 가족의 연락처로 연락하는 등 소재 확인 노력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현재지를 확인하려는 조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공시송달에 의존해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63조·제365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출석 기회 박탈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도주·불출석 사건에서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절차적 기준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