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처분 후 문구 바꿔 재게시…별개 범죄로 처벌해야”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명예훼손 현수막 게시를 금지하는 법원 가처분 결정을 받은 뒤 문구만 바꿔 다시 현수막을 게시한 행위는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존 범행이 법원의 조치로 중단된 후 새로운 의도로 다시 범행이 이뤄졌다면 하나의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김모씨 사건 상고심에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서초구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사실을 적은 현수막을 반복적으로 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문제가 된 현수막에는 “언론을 매수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기사가 사라졌다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등 허위 사실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해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쟁점은 가처분 결정 후 다시 현수막을 게시한 행위가 기존 범행과 ‘포괄일죄’인지 여부였다. 1·2심은 문구가 바뀌었더라도 동일한 방식의 범행이 계속된 것으로 보고 포괄일죄에 해당한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김씨가 기존 현수막을 철거하며 범행이 일시 중단됐고, 이후 문구를 바꿔 새로운 현수막을 게시한 점을 들어 “범의의 갱신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즉 이전 범행과 단일한 계속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제재를 회피할 목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담아 현수막을 다시 게시한 만큼, 선행 범행과는 별개로 평가되어야 한다”며 “원심은 포괄일죄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원심 판단을 다시 하도록 서울중앙지법에 환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