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연내 추진 급물살…의료계 반발로 의정 갈등 재점화 우려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지역의사제 도입을 위한 정부·여당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역·필수의료의 인력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정기국회 내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의료계는 제도 설계 미흡과 장기 의무복무에 대한 반발을 강조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가까스로 봉합된 의정 갈등이 다시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7일 지역의사제 도입 관련 법안 공청회를 열어 의료계와 환자단체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세부 사항을 조율해 올해 안에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의사제는 정부가 지역 의사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게 수업료·기숙사비·교재비 등 학업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해당 학생은 의대 졸업 후 최대 10년간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는 내용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과 면허정지, 3회 이상 누적 시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정부는 2027학년도 의대 신입생부터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과 보건복지부는 이미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지역의사제를 필수의료 인력 확충의 핵심 대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여론도 긍정적이다. 김윤 민주당 의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0명 중 7명(77%)이 지역의사제 도입에 찬성했다.
그러나 의료계 반발이 가장 큰 변수다. 의사단체들은 지역의사의 역할과 운영 구조가 불명확하고, 제도적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졸업 후 10년 장기 복무 의무는 “젊은 의사의 직업 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책 목표가 불명확하고 설계가 미흡해 우수 인재 유입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 수가 신설, 소득세 감면, 배우자 취업·자녀 돌봄 등 정주 여건 지원, 유연한 복무 모델 구축 등 인센티브 중심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반면 환자단체들은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라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역의사제는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제도로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지역 환자의 생명권을 위한 필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 재점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최근 국회 앞에서 성분명 처방, 한의사 엑스레이 허용, 검체 검사 제도 개편 등을 ‘3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 상태에서 지역의사제까지 강행될 경우 갈등이 재폭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복지부는 제도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률 자문 결과 지역의사제는 합헌적 도입이 가능하다”며 “입학 단계에서 의무복무 내용을 명확히 안내하고 선택하는 구조라 위헌 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