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CCTV 제출해 주민 고소한 아파트 회장, 정당행위”…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아냐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부부가 자신들을 모욕하고 공고문을 훼손한 주민을 고소하며 CCTV 영상을 경찰에 제출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닌 정당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북 고창시 한 도시형생활주택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씨와 배우자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부부는 지난 2022년 3월, 입주자 C씨가 입주자대표회의의 동의 없이 공동주택 출입문에 공고문을 게시한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경찰에 제출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C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면서 증거로 영상을 제출했으며, 검찰은 이 행위가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대표회의의 공적 업무 수행을 위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각각 벌금 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의 영장 등 적법 절차를 통해 개인정보를 특정할 수 있었음에도 직접 영상을 제출했다”며 사회상규에 반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고소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CCTV 영상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C씨가 일부 고소사실로 실제 업무방해죄로 처벌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고소행위에 공익적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수사기관은 신속한 범죄조사 의무가 있고, 피고인들이 그 과정에서 영상을 제출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정당행위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공동주택 등에서 발생한 갈등 상황에서 입주민이나 관리주체가 CCTV 영상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 일정 요건 아래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음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7월에도 유사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아파트 동대표가 관리소장과 협의해 입주자카드를 재판부에 제출하거나, 조합장이 포함된 사건에서 개인정보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행위 역시 모두 정당행위로 보고 파기환송했다.
정당행위는 형법 제20조에 규정된 개념으로, 법령에 의한 행위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공동주택 관리 현장에서 주민 갈등이 빈번한 현실을 고려해, 공익적 목적과 절차적 정당성이 인정되는 한 수사기관에 증거를 제출한 행위는 범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의미 있는 사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