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구조개편, 연말 시한 임박했지만…업계 “합의 불투명”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자구계획안 제출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업계의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간 이해관계가 얽히며 합의 도출이 어려워지고 있고, 결국 각 사별로 개별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하는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달 중순부터 정기보수에 들어가거나 내달 초 착수할 예정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4분기 비수기에 실시하는 보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구조조정안에 맞춘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8월 국내 전체 나프타분해시설(NCC) 1470만 톤 중 약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 톤을 자발적으로 조정하는 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사들은 연말까지 △과잉 설비 감축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등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자발적 감축안을 내놓는 기업들에 대해 금융·세제·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하지만 구조개편 핵심으로 꼽히는 ‘NCC 설비 이관’과 ‘수직 계열화’ 논의는 진전이 없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공급 과잉 상황에서 추가 설비 인수를 부담스러워하고, 화학사는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다 보니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이다. 최근 울산 지역 3개 석유화학사가 사업 재편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구체적인 감축안이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내년 기계적 준공이 예정된 ‘샤힌 프로젝트’를 감축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업계 의견이 엇갈리며 협상 교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공동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개별 기업이 각자의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가 각 사별 자구안을 받아 조율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범위나 기준이 기업마다 달라 혼선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정의와 방향성을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