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앞두고 한미 관세협상 급물살…車 25%→15% 인하 명문화될까

【서울 = 서울뉴스통신】 김부삼 기자 = 이달 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간 관세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15%로 낮춰질 경우, 대미 수출 부진이 회복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관세 인하가 명문화된다면, 이르면 연말부터 수출 증가세가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9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액은 540억8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미국과 북미 지역의 수출은 각각 △226억6900만 달러(-14.4%) △268억3300만 달러(-11.9%)로 감소했지만,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호조세가 이를 일부 상쇄했다.
△EU 72억4900만 달러(24.8%) △기타 유럽 48억9000만 달러(34.8%) △아시아 58억4800만 달러(38.7%) △중동 38억7100만 달러(6.0%) △중남미 22억1700만 달러(10.2%) 등 지역별 수출 증가폭이 뚜렷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액은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 정상화를 위해선 한미 간 관세 인하 협상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높다. 미국이 자국 내 수입 자동차에 부과하고 있는 25%의 품목별 관세를 경쟁국 수준으로 낮춰야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가에서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양국 정상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협상에 서명하고, 세부 사항을 추후 논의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번 회담에서는 자동차 관세 인하뿐 아니라 △한국의 대미 투자 유지 △단계적 투자와 대출 확대 △원화 투자 활용 △조선 협력 프로젝트 ‘MASGA(마스가)’ 추진 등 다양한 교역 패키지 방안이 포함된 합의문이 발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 “한미 간 협상에서 일정 부분 컨센서스(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미국이 우리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며 “당초 제시됐던 조건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문제 해결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은 미국이 부과 중인 25% 품목별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을 합의문에 명문화할 수 있을지 여부로 모아진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한미 관세협상에서 명문화 노력을 시도했지만, 당시 미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구체적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양국이 고위급 실무 협상을 집중적으로 진행한 만큼, 정상회담에서 관세율 인하를 포함한 큰 틀의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미 자동차 관세율 인하가 실현되면 수출 회복뿐 아니라 전반적인 수출 목표 달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은 519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으며, 관세 인하 효과와 연말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 연간 7000억 달러 수출 달성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APEC 정상회의가 한미 간 관세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협상이 길어질 경우 양국 모두 손해를 볼 수 있어, 이번 회의를 계기로 실질적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APEC 전후로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이 시기를 놓치면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어 양국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방향성을 합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이며, 이번 회담이 한미 간 관세 협상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