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감염 감시체계 20년…종합병원 87% 참여에도 병원급은 10% ‘저조’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의료기관 내 감염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가 도입 20년을 맞았지만, 참여율이 여전히 3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감시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참여 기관 확대와 자료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7일 질병관리청이 주최한 ‘2025년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전문가 포럼’에서 곽이경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 3월 기준 전국 4223개 의료기관 중 1167개 기관만이 감시체계에 참여하고 있다”며 “참여율은 27.6%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는 병원 내 감염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표준화된 자료를 통해 예방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이 체계를 운영해왔으며, 미국(1970년), 영국(1996년), 일본(2000년)에 이어 비교적 늦게 도입됐다.

감시체계 참여는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지만, 2016년부터는 의료질 평가 지표에 감시체계 참여 여부가 포함됐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의 참여율은 87%로 높은 편이지만, 요양병원은 50.1%, 병원급은 10.1%, 정신·한방·치과 등 기타 병원은 2.5%에 그쳤다.

의료기관의 참여 확대와 함께 감시체계 운영의 성과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중환자실 의료관련감염률은 2006년 7.74%에서 2023년 2.53%로 감소했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는 감시체계에 참여하지 않아 감염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곽 교수는 “참여 기관의 지속적 확대와 감시 모듈의 다양화, 수집 자료의 정확도 제고가 향후 감시체계의 질적 성장에 필수적”이라며 “감염 예방은 제도적 기반뿐 아니라 의료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의료관련감염 예방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매년 10월 셋째 주를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주간’으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의료감염 예방은 의료인뿐 아니라 환자, 가족, 병원 관계자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사회적 과제”라며 “고령화와 의료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감염관리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