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탈출 요청 10건”…캄보디아 한인회장, 한국인 납치 실태 경고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현지에서 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정명규 캄보디아 한인회장이 “일주일에 5~10건씩 탈출 요청이 들어온다”며 심각한 실태를 전했다.

정 회장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만 한인회, 대사관, 기업을 통해 접수된 신고 건수가 400~500건에 이른다”며 “한국으로 귀국시킨 인원만 300명이 넘고,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400명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독으로 탈출하거나 두세 명이 무리를 지어 도망쳐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공항 등에서 범죄조직이 이들을 다시 붙잡으려 해 폭행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어 끝까지 보호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워낙 사건이 많아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또한 일부 한국인들이 조직 내 ‘중간 보스’ 역할을 맡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처음 피해자로 왔다가 다시 주변인을 유인해 오는 경우도 있다”며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면 풀어주겠다’거나 ‘유인하면 돈을 주겠다’는 식으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의 90% 이상은 중국인 주도이며, 태국·필리핀·방글라데시 등 다국적 인원이 섞여 있다”며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투자나 고수익 알바를 찾는 사람들을 상대로 주식 리딩방, 로맨스 스캠 등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러한 범죄가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로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져 있어 캄보디아 정부가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당근마켓 등에서 ‘서류 전달만 하면 고수익’ ‘여행 동행 시 항공비 지원’ 등의 글에 속아 납치되는 사례가 많다”며 “금전적으로 급한 사람들이 ‘이번만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현지에 왔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런 사건이 잇따르면서 현지에서는 ‘반한(反韓) 정서’도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실제 사건의 주범은 대부분 중국인인데, 왜 캄보디아가 범죄도시로 낙인찍히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 교민 중 자영업자나 사업자는 이미지 악화로 경제적 타격을 심하게 입고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 구조와 함께 사전 경각심을 높이는 홍보가 절실하다”며 “특히 고수익 알바나 무료 여행 제안에는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