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이자 9%에도 해지율 15%…고물가·고용불안에 흔들린 청년금융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연 9%가 넘는 실질금리 효과에도 불구하고 청년 자산형성 금융상품인 ‘청년도약계좌’를 중도 해지하는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과 치솟는 물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6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4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의 해지율은 2023년 8.2%에서 2024년 14.7%로 상승했고, 올해 1~4월에는 15.3%까지 치솟았다. 2024년 4월 말 기준 누적 가입자 196만6000명 중 30만명 이상이 중도에 계좌를 해지해, 유지 중인 계좌는 약 166만6000개로 나타났다.

정부는 청년도약계좌 운영을 위해 2023년에만 3440억원, 3590억원을 서민금융진흥원에 교부했지만, 가입자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3195억원이 이월되는 등 집행되지 못한 예산이 쌓이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위해 2023년 6월부터 도입된 정책금융상품이다. 5년 만기 상품으로, 매월 7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하면 정부가 이에 비례해 기여금을 지급하고,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까지 제공해 실질 금리효과는 연 9.54%에 이른다. 최근 시중 적금 금리가 2% 초반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높은 수익률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달랐다. 고물가와 불안정한 고용 속에 많은 청년들이 생활비, 대출상환, 긴급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계좌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예정처는 “중도해지 증가는 취업시장 악화와 소득 감소,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지출 증가에 따른 결과”라며 “기여금 지급 구조상 안정적인 소득과 저축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3월 실시된 '2024년 청년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해지 사유로 응답자의 39%는 ‘실업 또는 소득감소’를, 33.3%는 ‘긴급 자금 필요’를 꼽았다. 또한 청년 2명 중 1명(49.9%)은 ‘생활비 상승에 따른 지출 증가’를 현재 겪는 가장 큰 재정적 어려움으로 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한 차례에 한해 납입금의 40% 범위 내에서 부분인출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소득 안정 없이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유사 정책에도 동일한 한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년도약계좌는 현 정부 공약인 ‘청년미래적금’ 출시에 따라 올해 말까지만 신규 가입을 받는다.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청년미래적금은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이 적금을 납입하면 정부가 일정 비율을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사실상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시즌2’ 성격을 띄는 정책이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유사한 구조의 새로운 상품을 도입하더라도 청년층의 구조적 소득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 설계가 아무리 좋더라도 소득 기반이 불안정하면 장기적 가입 유지가 어렵다”며 “실효성을 높이려면 정책금융과 함께 소득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