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 ‘월세화’ 가속…대출 규제에 전세 기피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6·27 대책 시행 이후 한 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도 전세보다 월세나 반전세 계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대출 규제로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세입자와 함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선호하게 된 집주인의 선택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과거 '갭투자'를 통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던 전략이 매력을 잃자, 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5555건 중 2345건(42.2%)이 월세 계약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1.5%)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같은 달 임대차 갱신계약 4599건 가운데 233건(5.1%)은 전세에서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됐으며, 전환 비율도 전년 동기(3.5%) 대비 1.6%포인트 증가했다.

이전까지는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에서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화가 진행돼왔지만, 아파트 시장은 전세 선호가 강했다. 그러나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전세 계약도 빠르게 월세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실거주 의무를 6개월 내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이 사실상 차단됐고, 집주인들은 보다 안정적인 월세 계약을 택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여건 역시 악화됐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됐고, 전세퇴거자금 대출 한도는 1억원으로 제한되면서 전세금 반환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비율 하향 조정(90%→80%)과 정책대출 한도 축소로 인해 대출 없이 전세금을 충당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증금을 줄이고 그만큼 월세를 내는 반전세 계약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포함된 월세 세액공제 확대 방안도 세입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 시장의 물량 흐름도 이를 반영한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4011건으로 대책 발표일 대비 3.4%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월세 매물은 3.4% 증가한 1만9449건으로 나타났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수요 증가가 임대차 시장에 간접 충격을 주고 있으며, 역전세 해소 속도가 더딘 가운데 월세 전환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며 “임차 수요 증가와 전세 공급 축소가 맞물리면서 월세 전성시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