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월세 전환 가속…강북 아파트도 고가 월세 계약 잇따라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에 이어 지난 6·27 대책에서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파트 시장에서도 ‘월세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북권에서도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300만 원 이상을 넘는 고가 계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임대차 갱신계약 4,599건 중 전세에서 월세 또는 반전세로 전환된 계약은 233건으로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5%(172건)보다 1.6%p 상승한 수치다. 같은 달 신규 임대차 계약에서도 월세 비중이 높아졌다. 총 5,555건 중 2,345건(42.2%)이 월세였으며, 전년 동기 41.5%보다 다소 확대됐다.

이번 전세→월세 전환 가속은 6·27 대책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전세퇴거자금 대출 한도 1억 원 제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기존 100%에서 80%로 하향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세입자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집주인도 전세금 반환 부담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구조가 강화된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7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4,011건으로 한 달 전(2만4,986건)보다 3.4%(844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 매물은 1만8,796건에서 1만9,242건으로 2.3%(446건) 늘어나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전세 공급이 줄고 월세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세통합가격지수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주택 월세지수는 100.5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100.3), 연립·다세대(100.42) 모두 역대 최고다.

이 같은 흐름은 강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전용 84㎡는 7월 4일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315만 원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성동구 금호동1가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 전용 59㎡도 7월 10일 보증금 1억 원, 월세 300만 원에 거래됐다.

향후 금리 정책도 전월세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 부양 차원의 인하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점도 전세 수급 불균형을 유발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4만6,410가구에서 47.3% 감소한 2만4,462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