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지속…‘고용 절벽’ 현실화 우려

【서울 = 서울뉴스통신】 이성현 기자 =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고용 한파가 확산되고 있다. 민간공사 계약이 급감한 가운데, 건설업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하며 ‘고용 절벽’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민간 건설공사 계약액은 36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었다. 반면 공공부문은 23조9000억 원으로 12% 늘었지만, 민간 부진이 워낙 심각해 전체 계약액은 60조1000억 원으로 4.8% 감소했다.

경기 위축 속에 종합건설업 진입도 급감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종합건설업 등록 공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131건으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폐업 신고는 160건으로 2011년 1분기(164건)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9.4% 증가한 수치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신동아건설(58위)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삼정기업(114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삼이앤씨(122위) △대흥건설(96위) 등 총 11곳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치(7곳)를 이미 초과한 것이며, 2023년 전체 신청 건수(15곳)와도 근접한 수치다.

이 같은 경영 위기는 고용시장에도 직격탄을 주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75만515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5월 78만2308명에서 꾸준히 감소해 2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6월 이후 8005명이 줄었고, 지난달에는 감소폭이 1만9153명으로 2배 이상 확대되며 고용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2년간 약 2만7000여 명이 고용보험 자격을 상실하면서 건설업 고용 규모는 코로나19 초기인 2021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국내 건설 수주가 전년 대비 1.9% 늘어난 222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물가 상승 효과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증가세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수주 부진은 정치 불확실성, 투자 심리 위축, 높은 공사비, 부동산 PF 부실 등의 영향으로 설명되며, 하반기에는 일부 회복세가 기대되고 있다. 정부의 금리 인하 정책과 건설경기 부양 대책이 어느 정도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 투자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올해 건설 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5.3% 줄어든 274조8000억 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3년 건설 수주 급감과 2022~2023년 건축 착공 감소 등 주요 선행지표 부진이 하반기 실적에 본격 반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 침체와 금융 대출 규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건설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며 “단기적 처방에 머무르기보다 건설산업 구조개혁과 미래 성장기반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