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만성질환 급증…“환자용 도시락, 편의점 입점 시급”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가운데 20~40대 젊은층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식단형 식사관리식품, 이른바 ‘환자용 도시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질환별 맞춤형 식단으로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판매 경로가 주로 가정 배달에 한정돼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이용률이 높은 편의점 등 유통채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환자용 식품은 식약처의 영양 기준을 통과한 식단으로 당뇨병, 고혈압, 신장질환 등 특정 질환에 따라 구성된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에게는 혈당 조절을 위한 저당·저지방 식단이 제공되며, 고혈압 환자는 나트륨을 줄이고 칼륨과 식이섬유를 보강한 식단을, 신장병 환자는 단백질과 전해질 조절을 통해 신장 부담을 덜어주는 식단을 섭취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그린푸드, 풀무원, 대상웰라이프, 잇마플, 메디쏠라 등이 관련 시장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환자용 식품 시장 규모는 약 56억9000만 원 수준이다. 관련 제품은 주로 밀키트나 도시락 형태로 개발되어 홈쇼핑이나 이커머스, 주문생산 플랫폼 등을 통해 가정으로 배달되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유통 채널이 제한적이다 보니 시장 확대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박주연 현대그린푸드 상무는 “특히 신장질환자는 투석 직전의 식사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직접 요리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환자용 도시락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고혈압 환자들도 약 복용과 함께 정기구독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아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입점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으로 거론되지만 현실적인 장벽도 있다. 편의점 도시락은 평균 5천~6천 원대인 반면, 환자용 식품은 1만 원이 넘는 가격대로 형성돼 있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편의점 본사에서 요구하는 50% 이상의 마진 구조에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박 상무는 “판매망을 넓히는 것이 시급하지만, 수익 구조상 편의점 입점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병원 인근이나 지역 편의점을 타깃으로 한 기획상품 등 제한적 시도가 필요하다. 다만 편의점 수익률과 제조사의 물량 확보가 동시에 충족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젊은층에서 만성질환과 비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식단형 환자용 식품의 접근성을 높여 예방적 건강관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정하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30대의 편의점 이용률이 높은 만큼, 이들 공간에서 환자용 도시락을 구매할 수 있다면 실질적인 건강관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당뇨병 식단은 일반인에게도 건강한 식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맞춤형 환자용 식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식품 표준제조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당뇨병과 신장질환용 식품 기준을 우선 도입했고, 2026년까지 암, 고혈압, 폐질환, 간질환, 염증성 장질환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이 같은 기준을 통해 안전성과 영양 균형을 갖춘 식품을 확산시켜 환자와 일반 소비자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