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화 전략’ 효과…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일, 충돌 없이 마무리

【서울 = 서울뉴스통신】 최정인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된 지난 4일, 많은 우려와 달리 대규모 충돌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이 선제적으로 시행한 '진공화 전략'과 서부지법 사태 이후 형성된 비폭력 시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재판소와 한남동 관저 일대 등 서울 주요 도심 곳곳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열렸지만,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에도 극심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20대 지지자 1명이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 버스를 곤봉으로 가격해 유리창을 파손하는 일이 있었으나,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즉시 제지돼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번 사태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된 데에는 경찰의 철저한 사전 대응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 경찰은 이번 탄핵 선고일을 대비해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전국적으로 2만여 명에 이르는 경찰 기동대를 배치했으며, 서울 지역에는 그 중 약 1만4천 명, 총 210개 부대가 집중 투입됐다. 특히 헌재 반경 150m 구역을 ‘진공 지대’로 설정하고 전면 통제한 데 이어, 그 외곽에는 완충지대를 별도로 조성해 집회 간 충돌을 차단했다.
기존보다 넓어진 통제 범위 역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전 탄핵 선고 당시 통제 범위가 100m였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150m로 확장해 안전 거리를 확보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선고 이틀 전인 2일, 전국 경찰지휘부와 화상회의를 열어 "시설 파괴나 재판관 등에 대한 위협 행위가 발생할 경우 현행범 체포 및 구속수사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폭력 사태는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강력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난동 사건 이후 총 140명이 수사 대상이 됐고, 이 중 92명이 구속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폭력 시위에 대한 자정 분위기가 형성되며, 4일 집회 현장에서도 주최 측이 흥분한 참가자들을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헌재의 선고 시간이 예정보다 늦어진 것도 극렬 지지층의 영향을 약화시키는 데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